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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취업할까? 미룰까?

by 향로 (기억보단 기록을) 2019.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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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원하던 대기업은 다 떨어지고, 중소SI에 합격했어요. 다시 준비하는게 좋을까요?"

최근 지인의 동생이 나에게 질문한 내용이다.
회사의 개발환경을 들어보면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는데, 본인이 원하던 기업이 아니여서 그런지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는 아니였다.

한 군데라도 된게 어디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당사자에겐 첫 직장이라는 것이 워낙 중요하다보니 쉽게 대답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주절주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신입사원으로 근무했던 SI회사에서 선배개발자의 입장으로 멘토링 행사에 참여한적이 있었다.
당시 연구소장님께서 한이음 멘토링의 멘토로 참여하고 계셔서 소장님의 멘티들과 함께 취업과 개발자에 대한 대담을 하는 시간이였다.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마주보고 이야기한다는게 얼마나 어색한지 알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질문을 해주었다.

  • 교육센터는 다녀오셨나요
  • 이력서는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 대외활동은 어떤걸 하셨나요
  • 영어와 학점은 얼마나 되어야할까요

다소 평이한 질문들이 오가면서 무난하게 시간이 지나갔는데, 마지막에 한 친구가 나를 지목하며 굉장히 곤란한 질문을 하였다.

선배님은 이 회사를 원해서 오신건가요?

순간적으로 학생이라 정말 순수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하나 엄청 고민을 하게 되었다.

왜 하필 나에게 그런 어려운 질문을, 그것도 사장님과 소장님이 계신 자리에서 한건가 싶었다.
그래도 대답한 내용은 아직까지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역에 도착한 기차를 타는 거에요.
그 기차가 무궁화든, 새마을이든, KTX든 관계 없이 일단 기차가 오면 타야되요.
원하는 기차가 올때까지 기다리다간 출발도 못하게 되요.

지금 생각해보면 사장님, 연구소장님이 계신데서 어떻게 그렇게 대답했을까 싶지만 당시엔 정체모를 사명감에 빠져 대답을 했었던것 같다.
그리고 저 생각은 2번의 이직을 통해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첫 회사가 중요하다고 많이들 얘기한다.
나 역시 크게 동의한다.
하지만 좋은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계속해서 취업을 미루는 것은 악수(惡手) 라고 생각한다.

다른 직군은 모르겠으나, 개발자는 현업에서 일해보는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뭘 준비해야하는지, 뭐가 부족한지가 명확하게 보인다.

내가 그랬고, 주변의 많은 대학생 혹은 교육센터 졸업생들을 봐도 결국 우리들이 하는 준비는 로컬에서 게시판을 만드는 것과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 밖에 없다.
이것말고는 뭘 준비해야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운영, 배포, 빌드, 트러블슈팅, 자동화, 최적화, 코드 리뷰, 타직군/타사와의 협업, 고객 대응 등은 경험해보지 못하면 절대 알 수 없는 내용들이다.

localhost:8080에서 아무리 게시판을 짜봐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가 없다.

한번이라도 저런것을 경험해본 사람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데 있어 정말 큰 차이가 난다.
이걸 무시하고 허송세월 보내는 것은 가장 많은 것을 배워야하는 시기를 놓칠 뿐이다.

다행인것은 신입으로 좋은 회사로 취업하는것 보다는 경력직으로 좋은 회사로 이직하는 것이 훨씬 쉽다.

이직이 쉽다는 말은 아니다. 이직도 분명히 어렵다.
하지만 첫 회사로 네이버, 카카오, 쿠팡과 같은 회사로 가는것은 그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6개월? 1년? 더 준비한다고 흘러간 20대를 복구할 순 없다.
하지만 회사에 취업 하게된 이후에는 다시 한번 새 출발선에서 시작하게 된다.
절대 학창시절을 다시 보진 않는다.
철저하게 현재 본인의 실력과 그 동안의 경험만으로 판단한다.

start

(취업 이후엔 모두가 1년차 개발자가 된다.)

그러니 이미 깨진 물통을 덕지덕지 고치려고 하지말자.
새 물통을 구해서 다시 물을 담자.

만약 들어간 회사가 매일 야근과 주말 출근을 할정도로 악조건이라면 최대한 버틸만큼 버티다가 나오자.

그런 곳은 나와도 된다.
대신 지레 겁먹고 그런 회사일것 같다는 생각에 입사를 포기하진 말자.
입사를 하고 근무를 해보고 판단하자.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도 있다.

혹시나 "다음 단계로 노릴만한 회사는 어떻게 확인해야하나요" 라고 묻는다면 양파님의 글을 참고하자.

양파님은 아래 7가지에 해당하는 회사는 피해야 한다고 남겨주셨다.

  1. 버전 콘트롤 시스템이 없다
  2. Automated deploy system, build system 이 없다
  3. 모니터링 시스템이 없다
  4. 테스터가 없거나, 테스팅 environment, staging environment 가 없다
  5. 유닛 테스트를 안 쓰고, 코드 리뷰가 없다
  6. 버그 트랙킹 시스템이 없다
  7. 개발자에게 웹 디자인을 시킨다던지, 하드웨어 서포트를 요구한다

위 조건을 면접에서 물어보고 최대한 위 조건을 하지 않는 회사를 선택하면 될 것 같다.

진짜 국내에 이 조건들을 수행하려고 노력하는 회사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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